안녕하세요... 흑임자 전병입니다.........

읽어주신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제가 이 반쯤 깨진 전구의 사용법을 더이상 쓰질 못하고 썰로 완결을 내버리려 합니다8ㅁ8

제가요 진짜 연중안좋아해서 꼭 완결을 내려고 스토리도 다 짜놓고 중간에 과정 하나만 생각하느라 그걸 남겨놓고 있었는데

오늘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봐버렸어요... 영화 진짜 꿀잼 추천합니다 꼭 극장가서 보시라능 ㅠㅁㅠ)bbbbbbb

그걸 보고 나니까 아 제가 벙커 생활과 그런 아포칼립스 설정에 대해 얼마나 무식했는지 설정이 빈약했는지를 깨달았어요....

이걸 연재까지 하다니 ㅠㅜㅠㅜㅠㅠ 지금 수치심에 바들바들 떨면서 썰을 풀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콜라도 큰거 한병 먹고 아메리카노 두잔을 마셔서 가볍게 카페인 쇼크가 와 머리가 오락가락하니 양해 부탁드려요 그리고 클로버필드(2008년)작을 꼭 보시고 영화를 보러가세여 그게 집에서 티비로 큰 화면으로 보는게 와따입니다 저희집은 엘지 유플티빈가 그거 쓰는데 무료로 볼수 있거든여 그걸 꼭 보시고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보러가세여 와 진짜 개꿀잼 정말 재밌습니다 뒤통수가 얼얼해서 뇌진탕일어나는줄(아재개그


반쯤 깨진 전구의 사용법 뒷 내용은 이렇습니다


토도마츠가 창고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찔렸던 걸 기억하시나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손가락은 점점 퉁퉁 부어올라 시퍼렇게 색깔이 변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련을 일으키고 근육이 경직되면서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괴로워하다가 급사합니다

파상풍에 걸렸던거죠<<<<<< 톳티 미안.....

카라마츠와 다른 형제들은 온갖 약을 써보고 손가락을 째보기도 하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토도마츠를 괴롭게 할뿐이었죠

가진 약들을 다 먹여본다고 하더라도 약들은 유통기한? 이 지난지 오래라 이미 효능을 잃은지 오래였어요

이치마츠가 약을 먹고 나았다는 것도 형제들의 착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의학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결국 토도마츠가 죽는걸 보게되죠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아버지가 누워있는 시체안시실 옆칸에 밀어넣고 아버지도 아버지였지만,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구나 우린 정말 위험한 상황에 있구나 하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뜻을 따라 벙커를 나가기로 결심해요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함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지니까 두사람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이치마츠가 천장의 바위를 부수고 오염된 세상으로 나가려는 음모를 짜고 있다고 일러바치죠

그리고 이치마츠가 어떻게 열쇠를 훔쳐갈지 모르니 자기에게 열쇠를 맡기라고 합니다 오소마츠가 믿지 않으니 카라마츠는 자기가 오소마츠를 사랑한다면서 오소카라 떡을 칩니다

그리고 열쇠를 받아내선 오소마츠를 침실안에 가두고 이치마츠와 함께 도망쳐서 아버지의 서재를 열게됩니다


아버지의 서재 안에는 이치마츠가 찾던 '문학' 이 아닌 책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의학 법학 과학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한 구석엔 용도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가 있고, 문이 있습니다. 기계 위에는 쌍둥이들이 마흔살이 되는 해의 연도가 새겨져 있었죠. 카라마츠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천장으로 난 문이 하나 더 있었어요 카라마츠는 그 문을 열려고 애쓰지만 단단하게 용접이 되어있어 열리지 않습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매달린 문의 존재를 알았던 것처럼 그쪽으로는 시선을 두지 않고 아버지의 서재 벽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이름과 그리고 그 명단 맨 마지막에 쓰여있는 어머니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기계 옆에 놓여있는 종이를 옷 안에 숨기죠

카라마츠가 천장으로 난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오소마츠가 등장합니다

쵸로마츠가 문을 열어준거죠 오소마츠가 놀만큼 놀았어? 하고 싸늘하게 말하자 카라마츠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이치마츠는 곁에 있던 텅 빈 가스 통같은걸 휘둘러 오소마츠를 후려치는데 오소마츠는 그걸 피하고 이치마츠를 걷어차 그 가스통으로 이치마츠의 무릎을 부숴버리려고 합니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달려가 막고 우린 이제 나가야 한다고 이렇게 남아있다간 아버지와 토도마츠처럼 죽을거라고 매달립니다 그러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노려보다 이치마츠를 독방에 가둬버립니다


이번 감금에는 기한이 없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이대로 있다간 이치마츠가 죽어버릴꺼라고 애원하지만 오소마츠는 들은척도 하지 않습니다 카라마츠는 어쩔줄 몰라 하다가 이치마츠의 도서관 안에서 그때 봤던 명단과 열리지 않던 문 그리고 커다란 기계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쥬시마츠가 찾아와서는, 이 벙커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고 떨면서 얘기하는거에요

쥬시마츠가 다른 형제들과 떨어지는걸 유달리 싫어했다는 걸 기억하시나요 쥬시마츠는 어려서부터 형체없는 사람의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형체는 보이지 않고, 자기의 착각이라고 생각하면서 신경이 쓰이니까 다른 형제들과 함께 있으려고 했던거죠

그런데 아버지가 죽고 쥬시마츠는 그 발소리들 사이에 아버지의 발소리가 섞이기 시작한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죽은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죠

평생 몇안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으니 쥬시마츠는 가족들의 발소리를 전부 구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토도마츠가 죽고,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발소리를 듣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듣는 수백명의 발소리가 전부 죽은 사람의 발소리라는 걸 깨닫게 되죠

그걸 쥬시마츠가 바들바들 떨면서 카라마츠에게 얘기하고, 카라마츠는 이 벙커안에서 수백명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상 이 벙커는 쌍둥이들과 아버지 이렇게 일곱명이 쓰기엔 너무 넓었으니까요


수백명의 발소리라니. 카라마츠는 문득 뭔가를 깨닫고 달려가 쵸로마츠가 관리하던 장부를 읽어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수량과 목록과 용도를 알수 없는 물건들이 쌍둥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백명의 사람들을 위한것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장부를 들고 오소마츠에게 달려가 형은 이걸 알고 있었냐고 여기서 수백명이 죽어나갔을거라고 하고 따져묻는데 오소마츠는 그저 우린 아버지의 말을 들어야 하고 여기서 사십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저 바위 너머에는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고 있을거라면서 카라마츠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오소마츠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카라마츠는 나가야 한다고 이러고 있다간 우리 모두가 죽어버릴거라고 하고 있으니 오소마츠는 어쩔수 없다고 네 머릿속에서 그 멍청한 생가을 몰아내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

하면서 이치마츠를 처형하겠다고 합니다.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독방에서 꺼내와서 이치마츠를 끌고 계단 맨 꼭대기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쵸로마츠도 이건 아니라고 이치마츠를 떼어내려고 하는데 오소마츠는 아랑곳하지 않고 쵸로마츠를 밀치고 이치마츠를 끌고 올라가죠 그러자 쥬시마츠가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가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제압한다고 들고 있던 야구배트를 빼앗아 오소마츠의 뒷목을 후려칩니다. 그리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결박을 풀어주고 안전한 쪽으로 옮겨놓은 뒤 오소마츠의 열쇠를 빼앗아 서재로 달려가죠 이치마츠는 한참을 묶여있었기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자길 데려가라고 소리를 질러 이치마츠와 함께 서재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이치마츠가 예의 그 기계를 끌고 나와서 그걸 계단 꼭대기까지 끌고 올라가야 한다고 해 기계를 들고 윗층으로 윗층으로 올라갑니다


계단 맨 꼭대기에서 쥬시마츠와 쵸로마츠에게 제압당해있던 오소마츠가 그걸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 안된다고 나가면 우린 다 죽어버릴거고 불타버릴거고 녹아버릴거라고 외치지만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싸늘하게 바라보면서 기계를 바위에 연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낡은 스위치를 누르려는데 오소마츠가 자길 붙잡고 있던 형제들을 뿌리치고 달려가 


널 제일 먼저 이 지옥같은 지하에서 탈출시키려고 했던건 나였어 아버지 서재를 제일 먼저 열었던 것도 나였고 그 악몽같은 독방에 처음 들어간 것도 나였어 너는기억도 나지 않겠지 네가 앓고 있는 동안 난 거기서 수십번도 더 까무러쳤고 그럴때마다 아버진 문틈 사이로 넌 장남이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우린 다 죽어버릴거라고 그럼 그건 전부 네 탓이라고 속삭였지 그럼 나는 우리가 처음 봤던 그 햇살도 들판도 바람도 다 거짓말이라고 목이 쉴때까지 대답해야했어 안그랬으면 나는 그 안에서 죽어버렸을테니까 누가 날 이렇게 만들어버렸는지 알아? 저새끼야 저 새끼는 우리 뒤를 쫓아 따라나오는게 아니라 아버지를 불렀어 아버지는 우리 뒷목을 물어뜯으면서 우릴 잡아왔고 저 새낀 문 밑에서 동전만하게 보이는 하늘만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게 다 아무일도 아닌게 되버릴것 같아? 그리고 저 바위를 여기서 부숴버리면 우린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 지하의 비밀이 뭐라고 상상했어? 널 사랑하는건 나야 저새끼가 아니야


하고 카라마츠에게 소리칩니다 

아주 어렸을 적 오소마츠는 아버지의 열쇠를 훔쳐 서재 안으로 들어가 지금은 꽉 막힌 그 문으로 카라마츠와 함께 도망쳤던거죠 그걸 알게 된 이치마츠가 아버지에게 일러바쳐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잡혀오게 되고 카라마츠는 벙커안에서만 살다 나갔다더니 잘못 병을 옮아 한참을 앓습니다 아버지는 오소마츠만 그 독방안에 가둬놓고 오소마츠가 본 것들이 전부 거짓말이고 오소마츠의 잘못으로 카라마츠가 죽을뻔했다고 협박을 하죠 그 결과 오소마츠는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함께 나갔던 기억마져 깨끗하게 날아갈정도로 앓는걸 보고 밖에 나가면 정말 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에요 그게 아버지가 협박했던 것처럼 녹아버리는건 아닐지라도


쵸로마츠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챕니다 저 스위치를 누르면 바위가 부숴지고 그럼 이 바위 밑에 서있다간 살수가 없을거라고 그리고 그 스위치를 이치마츠가 누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쵸로마츠도 사실 아버지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지만 일단 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참고 살았지만 토도마츠의 죽음으로 나가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래서 쵸로마츠는 일단 세사람을 내버려두고 쥬시마츠를 챙겨 아래층으로 도망칩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무슨 말을 하든 무표정하게 노려만 보고 있었고 오소마츠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스위치를 빼앗으려고 하자 순식간에 오소마츠를 계단 밖으로 밀어버립니다 그리고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쿵, 하고 오소마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죠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오소마츠를 살해하는 걸 똑똑히 목격합니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거란 걸 깨닫게 되죠

그리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뭐라고 말할 겨를도 주지 않고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아 밑으로 숨기면서 스위치를 눌러버립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카라마츠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이치마츠는 엉망이 되어있었고 돌덩어리 밑에 깔려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도 계단 난간과 이치마츠 사이에 틈이 있어 카라마츠는 살 수 있었고 카라마츠는 조심조심 바위를 옆으로 밀어내면서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두번째지만 처음처럼 느껴지는 바람냄새를 맡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들판에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지가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평선 너머로 해가 조용히 떠오르는 걸 봅니다.

모든게 거짓말이었죠.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는 계단 밑에 숨어있었기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그리고 카라마츠는 살아남아 이십년간 감금되어있던 쌍둥이들로 세상에 알려지게되고 

관계자들이 모여 진상파악에 나섭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벙커의 비밀이 알려지게 됩니다



쌍둥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곧 핵전쟁으로 세상의 종말이 다가올거라고 믿는 사이비종교의 신도였습니다

종교의 지도자는 곧 종말이 다가올거라고 자신들을 뺀 나머지는 모두 죽어버릴거라며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숨어있자고 하게 되죠 

그리고 벙커가 완성될 즈음 어머니가 여섯쌍둥이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갓 태어난 여섯 아이들을 보면서

이대로 모두와 함께 언제 끝날지 모를 핵전쟁의 끝을 기다리며 벙커안에 남아있다간 아이들이 제대로 살아나갈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거에요

그래서 아이들과 아이들의 어머니를 빼돌린채 신도들과 교주가 모두 강당에 모여 방주의 완성을 축하하고 더러운 세상의 끝과 그리고 그들에게 찾아올 정결한 세상을 축하하고 있는동안 환기구로 유독가스를 흘려보내 안에 있던 모두를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차분히 그 시체들을 처분하죠 

그리곤 아이들의 어머니에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데려와 방주 안에서 살아가려고 하는데

어머니는 쥬시마츠가 그랬던 것처럼 죽은 사람들의 발소리와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 방주안에서 아이들의 아버지가 신도들을 몰살시켰다는 걸 깨닫게 된 어머니는 계단 맨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묻어주고 그리고 이 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죠

아버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고 또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간신히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만 그리고 셈을 할정도만 가르치면 아이들은 태초의 인간들처럼 순결하고 순수한 사람이 되어 핵전쟁이 끝나고 도래할 세상에서 환영받을 거라고 믿었죠

그래서 문학이 아닌 책들, 더러운 인세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식들을 모두 빼돌려 자신의 서재안에 숨겨놓고 아이들에겐 최소한의 노동과 그리고 예술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카라마츠의 구역은 강당, 이치마츠의 구역은 도서관이었죠

쵸로마츠의 구역은 음악감상실이었고 토도마츠의 구역은 미술실 그리고 쥬시마츠의 구역은 체육관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정해준 건 아니었고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나뉘어졌어요

오소마츠는 아무것도 가진곳이 없었구요


아버지는 쌍둥이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뉘어 예술에 집중하는 걸 흡족해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들이 그것에 질리기 시작하자

창고의 물품들을 정리하는 일을 시키기 시작했어요 의미없는 노동이었어요

아이들은 꾹 참으면서 지루하고 의미없는 일을 하고 나면 그 시간을 보상받아야 겠다고 느끼면서 더욱 더 자신들의 관심사에 몰두했구요

ㅇㅅㅇ 오후 노동은 그런 의미였어요


아버지는 토도마츠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면서 아이들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줘야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었죠








이런.... 허무맹랑한 스토리였습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해서 열심히 짜놓고 오늘 클로버필드를 보고 오니까 정말 할말이 없더라구요

ㅠㅠㅜㅠㅜㅠㅠㅜ이런 빠가같은 스토리라니 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ㅜㅜㅜㅠㅠㅜ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쓸때는 열심히 사전조사를 해보고 써야 한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제목은

반쯤 깨진 전구는 아무런 쓸모가 없죠 

아예 깨뜨려서 날카로운 무기로 쓰지 않는 이상

아버지는 쌍둥이들을 순수하고 순결한 아이들로 키우려고 했지만 결국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얘길 하려고 했던.. 제목이었습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카라마츠는 문을 열고 들어서려다 멈추고 병원 안쪽에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이 부른 댄스곡이 병원 벽에서 진동이 느껴질 만큼 꽝꽝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닥터의 병원에서 아이돌 노래가? 카라마츠는 문손잡이를 잡고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카라마츠 씨!”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쥬시마츠가 양손에 길쭉한 풍선을 이리저리 꼬아 만든 강아지와 꽃 같은걸 들고 카라마츠에게 다가와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카라마츠에게 뭐라고 막 말을 걸었는데 노래 소리에 묻혀 들리지를 않았다. 카라마츠는 일단 그걸 받아들고 병원 천장의 네 모서리에 붙어 있는 스피커를 가리켰다.

!!!! !!!!! !!!!”

쥬시마츠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카라마츠가 스피커를 가리키고, 그리고 풍선을 들고 있는 양 손으로 귀를 막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아하! 하고 달려가 리모컨으로 음악을 껐다. 병원 안쪽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리병들이 음악소리에 펄쩍거리고 있었는지 제자리에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는 풍선을 구석에 내려놓고 먹먹한 귀를 문질렀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쥬시마츠가 책상으로 달려가더니 폭신폭신한 호랑이 앞발 모양의 장갑을 꺼내들어 손에 끼웠다. 그리곤 양손을 흔들면서 활짝 웃었다. 예전에 쥬시마츠와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했을 때 카라마츠가 사준 것이었다.

놀이공원 스타일이에요!”

, 그래서 그랬구만. 카라마츠는 피식 웃고 쥬시마츠가 만들다 실패했는지 처참한 꼴로 널려 있는 풍선조각들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풍선들을 주워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아마도 봉제인형 가게에서 어린이 동물원이라고 나온 시리즈를 전부 다 사온 것으로 보이는 인형 세트들을 들여다보았다.

어때요?”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 어젯밤 카라마츠가 출근을 해야 한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쥬시마츠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 일은 그만두고 하루 종일 자기랑 같이 병원에 있어주면 안되냐고 물었던 것이다. 사실 카라마츠도 쥬시마츠와 병원에서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고, 쥬시마츠가 들려주는 요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은 뽀뽀도 하고 하는 일이 꽤 즐거워 쥬시마츠의 제안이 솔깃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도 살아오면서 연애를 몇 번 해봤고, 무작정 붙어 있기만 하는 게 좋은 점만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지금 그가 하는 일도, 함께 일하는 오소마츠도 좋았기에 쥬시마츠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도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꽉 붙잡고 입을 삐죽거리며 왜 안 되는 거냐고 물었고, 카라마츠는 차마 그들이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질려버릴 거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놀이공원 분위기가 좋아서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둘러대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양인거지. 카라마츠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뒤에서 카라마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는 쥬시마츠의 손을 겹쳐 잡았다. 아마 쥬시마츠는 오늘도 휴일팻말을 걸어놓고 신나게 쇼핑을 하고 병원 안을 꾸몄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샹들리에에 걸린 빨갛고 노란 리본들을, 나름 동물원처럼 같은 우리를 쓰는 애들끼리 나눠서 늘어놓은 인형들과 그리고 쥬시마츠가 오늘 산 것으로 보이는 반짝반짝한 오디오를 둘러보았다.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손을 토닥거리며 잡고 있자 쥬시마츠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

나랑 같이 병원에 있어주면 안돼요?”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엔 두 번째 거절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옅은 기대감이 깔려있었다. 카라마츠는 몸을 돌려 쥬시마츠의 양 뺨을 잡고 코끝에 쪽 하고 뽀뽀했다. 쥬시마츠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 우리 일 안 할 거잖아요?”

할건데에....”

맨날 낚시가고 여행가고 맛있는 거 해먹고 재밌는 거 구경하러 가고 하다보면 굶어죽을걸?”

쥬시마츠가 입을 삐죽거렸다.

왜 굶어죽어요? 맛있는 거 해먹을 건데?”

쥬시마츠는 몰라도 나는 매일매일 세끼 밥이랑 고기를 못 챙겨먹으면 죽어요. 진짜로.”

카라마츠는 대답을 하고 곁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쥬시마츠가 잠깐 생각을 하는가 하더니 자기 의자를 끌고 와 카라마츠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

우리 농사지을까요? 그리고 돼지랑 소랑 닭이랑 양이랑 참치도 키우고?”

그걸 다?”

할 수 있어요.”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난데없이 참치라니. 카라마츠는 웃음이 나오려는걸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열심히 키워놓은 걸 잡아서 먹으려면 슬퍼서 안돼요.”

그럼 열심히 안 키우고 씨앗만 뿌려서 다 자라면 잡아먹는 건?”

씨앗? 카라마츠는 쥬시마츠가 밭이랑에 훠이훠이 하면서 씨를 뿌리자 그 자리에서 소랑 닭, , 돼지, 참치가 쑥쑥 자라는 걸 상상했다. 바로바로 먹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매번 고기를 먹을 때마다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기가 먹기 싫어질 것 같았다.

쥬시마츠는 병원을 해야 되니까 안돼요. 오늘은 손님 왔어요?”

카라마츠가 화제를 돌려버리는 게 못마땅했는지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 아차 하고 고개를 들었다.

오늘 토도마츠한테 전화가 왔어요.”

동생분?”

동생이 취미로 바둑클럽을 나가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랑 내기 바둑을 두다가 동생이 관리하는 과수원을 날려버렸나 봐요. 애가 소소한 운은 좋은데, 그런 데서는 약하다니까요.”

쥬시마츠가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토도마츠와는 몇 번 만나서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한창 겨울이 깊어갈 때쯤 햇살 원액을 맞으러 주인 없는 작업장을 방문하기도 했었고. 토도마츠는 쥬시마츠와 닮았지만 조금 더 일반인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내키는 대로 옷을 골라 입는 쥬시마츠와는 다르게 평범한 대학생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지. 토도마츠는 꽤 활동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바둑도 뒀구나. 카라마츠는 쥬시마츠가 바둑판을 앞에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둑을 두는 걸 상상해보았다. 어울리지 않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가 병원 안을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간식거리를 내오는 걸 보면서 씩 웃었다. 쥬시마츠는 그냥 쥬시마츠 그대로가 제일 잘 어울렸다.

그럼 이제 쥬시마츠랑 동생분이랑 같이 사는 거에요?”

왜요?”

쥬시마츠가 김이 오르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오며 물었다. 카라마츠가 보너스를 탄 기념으로 캡슐커피를 사주면서 쥬시마츠는 커피에 푹 빠졌다. 캡슐커피, 믹스 커피,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이어지면서 쥬시마츠는 커피콩을 키우겠다고 옥상 화분에 커피를 잔뜩 심었다. 카라마츠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옥상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보기로 결심했다.

동생 분은 그 과수원에서 사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걸 날려버렸으면 갈 데가 쥬시마츠 병원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과수원을 주면 안돼요.”

?”

그래서 과수원을 숨길 생각이에요.”

과수원을 숨겨? 카라마츠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쥬시마츠가 커피 향을 맡더니 한 번에 다 마셔버리고 컵을 내려놓았다.

카라마츠 씨 내일 쉬니까, 오늘 병원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같이 토도마츠네 과수원으로 가요.”

쥬시마츠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카라마츠가 거의 매일같이 퇴근을 하면 쥬시마츠의 병원으로 와 한밤중이 될 때까지 있었지만 쥬시마츠는 매일 헤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그리고 카라마츠가 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쥬시마츠가 신나게 달려가 안쪽으로 사라졌다. 세면대에 양치 컵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는 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진짜 쥬시마츠랑 여기서 살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쥬시마츠의 트럭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무것도 없던 조수석에는 카라마츠의 야외용 선글라스와 예비용 선글라스, 고글,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과자와 껌 같은 군것질거리가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카라마츠가 좋아하는 음악 CD도 몇 개 꽂혀 있었다. 달라진 것은 트럭뿐만이 아니었다. 카라마츠도 더 이상 쥬시마츠가 그를 업고 옥상에서 바닥까지 뛰어내린다고 놀라지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이 볼까봐 무섭긴 했지만 여태까지 운이 좋았는지 그들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가 막 뜰 무렵이었다. 초봄이었지만 해가 뜨기 전에는 좀 쌀쌀해 카라마츠는 담요를 꺼내 무릎에 두르고 창문을 닫았다. 잔잔한 바람에 길가에 핀 빨갛고 하얗고 노란 꽃들이 소리 없이 흔들렸다. 쥬시마츠가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켰다.

 

















닥터 쥬시마츠와 환자 카라마츠의 외전입니다 ㅇ0ㅇ

사람잡아먹는 걸 쓰고 나니 포카포카한 걸 쓰고 싶어졌어요....

고기를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다. 본능적으로 식욕이 돌았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눈을 꼭 감고 입에 고인 침을 바늘처럼 삼켰다.

어젯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숨이 막힐 정도로 꽉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치마츠 나름대로의 위로가 통했던 걸까. 이치마츠의 귓가에 카라마츠의 고른 숨결이 산들바람처럼 스쳤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악몽을 꿨다. 그가 간밤에 거칠게 베어냈던 가는 발목이 이치마츠의 숨통을 꾹 누르고 있었다. 한참을 발버둥 치다 간신히 꿈에서 깨어났지만 카라마츠는 깨지도 않고 계속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새벽이려나. 이치마츠는 해가 뜰 즈음이 되어 새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보려다 곧 새들도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치마츠는 다시 잠이 찾아올 때까지 가만히 카라마츠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다행히 카라마츠는 옅게 웃는 표정이었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니? 너는?

진짜 먹을 생각이야?”

카라마츠는 찡그린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이건 우리가 고기를 먹음으로서 의미가 완성된다고. 하지만 이치마츠는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정신병자 같은 얘기겠지. 카라마츠도 이치마츠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진 않았다. 우린 이제 집 밖을 돌아다니는 것들과 다른 종족이고, 우리가 저지른 것이 살인이 아닌 사냥이 되기 위해선 피해자를 묻어줄게 아니라, 전리품을 먹어야 했다. 이치마츠는 밤새 벗겨낸 가죽과 내장을 해가 뜨자마자 집에서 먼 골목까지 나가 버렸다. 등 뒤로 무언가가 느리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고갤 돌리지 않았다.

남은 것은 마트에서 팔던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붉고 흰 살코기였다. 이치마츠는 어머니가 쓰던 식칼로 그걸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고, 간밤에 밥을 끓인 불구덩이에 석쇠를 올려 고기를 얹었다. 고기는 느리게 익었다. 카라마츠는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노릇하게 고기 익는 냄새가 나는데 이치마츠는 계속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약해빠진 새끼. 이치마츠는 계속해서 침을 삼켰다. 그의 목구멍에 바늘이 박혀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익은 고기는 접시에 담겨져 식탁에 올려졌다.

남은 건 훈제를 하던가 하자.”

이치마츠는 젓가락을 건네주며 말했다. 카라마츠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 굳은 어깨를 펴고 식탁 앞에 앉았다.

신선한건 오랜만이네.”

이치마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라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먼저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망설이지도 않았다. 카라마츠는 늘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어른스러운 척하곤 했었지. 이치마츠도 이어 고기를 입에 넣었다. 이상한 맛이었다. 고기 맛은 맞는데, 뭐랄까, 낯선 맛이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고기를 먹었다. 형제들 중 카라마츠가 유달리 고기를 좋아했고, 다른 형제들도 한창 성장기였던 만큼 고기를 먹으러 가면 서로 사정 봐줄 것 없이 달려들어 입에 하나라도 더 밀어 넣기 위해 다투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 식탁은 텅 비어있었고, 둘은 꼭 공장에서 뭔가를 조립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입에 고기를 밀어 넣었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진다. 처음에는 견뎌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삶은 일상이 되어 적당히 타협해가며 살게 된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텅 빈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어둡고 낯선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다른 것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고, 해가 지면 잠을 자고, 해가 뜨더라도 주변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밝아져야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서로 한마디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 세상의 규칙이었다.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카라마츠가 가방에 작은 물통을 넣고 참치 통조림과 빵 통조림을 챙겼다. 이치마츠는 얼마 전 옷가게에서 훔쳐온 옷의 포장을 뜯다 멈춰 고민에 빠졌다. 이건 그들 나름대로의 적응방법이었다. 꼭 주인을 잃어버린 것처럼 텅 비어버린 세상은 두 고등학생에겐 제법 스릴 넘치는 놀이터였다. 그 차가운 자유 속에서 이치마츠는 담배를 시작했고, 카라마츠는 평소 그들이 갈 수 없었던 구역에 들어가 보는 데에 재미를 붙였다.

학교?”

학교?”

카라마츠가 되물었다. 여태 그들이 가본 곳들과는 달리 너무나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학생이 들어가지 못하는 구역도 얼마 되진 않았고, 같은 학교 여자애들이 쓰던 여자화장실은 이미 금단의 맛을 알아버린 그들에겐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치마츠는 학교에 가보고 싶었다. 그들이 제 2의 집처럼 생활하던 공간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집이랑은 다를 것 같은데. 카라마츠를 붙잡고 이렇게 센티멘털한 얘길 하는 건 좀 부끄러웠다. 다행히 카라마츠도 더 묻지 않고 짐을 챙겼다. 그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훔쳐온 선글라스를 쓰곤 웃었다. 이치마츠는 코랑 입 밖에 보이지 않는 그 얼굴을 보면서 덩달아 웃었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카라마츠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너무나 익숙하고도 낯설었다. 카라마츠는 기왕에 어른이 될 거면 차까지 몰아보자고 나섰지만 열쇠가 꽂힌 채로 버려진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또래들이 좀처럼 만져볼 수 없는 가격의 선글라스를 쓰고, 독한 담배를 제법 능숙하게 피우며 손을 잡고 걸었다. 카라마츠의 손은 이제 이치마츠의 또 다른 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손을 잡고 있으면 이치마츠는 안심이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었다. 힘이 넘치는 손. 버려진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그들의 무릎께에서 일렁였다. 학교로 가는 길에 작은 하천을 건너면서 이치마츠는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위로 내려쬐는 햇살은 물결의 흐름을 따라 갈라지면서 거대한 금빛 그물 같았다. 이치마츠는 잠깐 그 그물이 잉어니 붕어니 하는 것들을 남김없이 잡아 하늘로 올라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했다.

예상외로 학교 안엔 그것들이 꽤 모여 있었다. 그리고 꼭 짠 것처럼 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그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던 얼굴이었다. 이치마츠는 교우관계가 좁아 아는 얼굴이 얼마 없었지만 카라마츠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멈춰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느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셔츠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학생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이치마츠는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문득 이치마츠를 괴롭게 했던 신입이 떠올랐다. 이치마츠는 그의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는 카라마츠와 손을 잡고 걸으면서 마주치는 얼굴을 꼼꼼하게 뜯어보았다. 카라마츠는 다섯 번째 아는 얼굴을 만나 멈춰 섰다가 아, 하고 작게 탄식하더니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 위층으로 달려갔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 가버리는 건 처음이었다. 고작 손이었는데 이치마츠는 놀라 카라마츠의 뒤를 쫓아 달렸다.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카라마츠는? 카라마츠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아? 혼자 남는 게 무섭지 않아? 이러다 둘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릴까봐 무섭지 않아? 이치마츠의 뒷목이 뻐근하게 당겨왔다. 카라마츠는 어느 교실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카라마츠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그저 교실 문을 붙잡고 그 안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 곧 이치마츠도 숨을 헐떡이며 따라와 카라마츠의 어깨를 거칠게 부여잡았다.

왜 그래?”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교실 안쪽을 가리켰다.

어쩌면...”

카라마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치마츠도 고개를 내밀어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고약한 냄새가 났다. 다들 아는 얼굴이었다. 그들 중 몇 명은 이치마츠에게 그가 대본을 쓰고, 카라마츠가 연극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진지하게 말을 걸어왔던 사람이었다. 그들이 그 곳에 있었다. 그들의 연극부실에서, 엉망이 된 꼴을 하고 교실 안을 맴돌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숨이 거칠어졌다. 어쩌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하려던 말을 알 것 같았다. 어쩌면 그들이 죽인 것은, 그리고 함께 이 세상을 견뎌내고 있는 것들은 짐승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카라마츠는 헐떡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이치마츠도 입이 바짝 말라왔다. 그 순간, 이치마츠의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계속 거기서 물러나려고 하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그 교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치마츠, 그만 가자...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치마츠는 마른 입술을 적셨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이 텅 빈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봐.”

누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무작정 입을 맞췄다. 첫 키스였다. 로맨스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부드러운 움직임도 없었고, 혀가 오가지도 않았으며 애무하지도 않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입을 맞추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가 입술을 깨물자 카라마츠는 정신이 도로 들었는지 이치마츠를 밀쳐냈다. 이치마츠는 칠판에 어깨를 꽝 소리가 나게 부딪치고 얼얼한 어깨를 문지르며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 쟤네가 사람이었으면 우리끼리 키스하는 걸 보고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아?”

카라마츠는 손등으로 거칠게 입술을 문지르다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증거야! 저것들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그게 과연 카라마츠를 위한 말이었을까? 이치마츠는 한참을 씩씩거리며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먼저 돌아서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치마츠는 조금 자라 옷깃을 덮는 카라마츠의 뒷머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기가 무섭게 달려가 카라마츠의 손을 꽉 쥐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손은 잡도록 내버려두었다. 이치마츠도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손을 잡고 있었다. 카라마츠가 짊어진 배낭에서 덜그럭거리며 통조림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치마츠는 이곳으로 느릿느릿하게 모여들었을 그 짐승들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여긴 익숙한 곳일 테고, 그럼 밖에서 한참을 돌다가 익숙한 장소를 찾아갔을 수도 있다. 보면 고양이들도 고양이들마다 자주 가는 곳이 있잖아? 그렇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묻고 싶었지만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물고 꼭 이치마츠가 없다는 것처럼 걸었다. 문득 저 사이에 형제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형제들을 카라마츠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아니, 이치마츠가 보고 싶지 않은 건가. 자꾸 눈앞에서 카라마츠가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내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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