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그 남자가 내 친아버지도 아니였고 또 내 아버지였던 시간이 채 3년도 되지 않았다해도 사람들에게 이리 저리 씹히기엔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그가 실종된 지 1년도 안 되어 새 남자친구를 구했다.  


정말 점잖고 범죄랑은 관련없는 착한 사람이야. 


개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렇지. 어머니가 투덜거렸다. 그때 남자의 손을 탔던 개들은 전부 보호소로 보냈다. 어머니는 개들에게 정이 들어 계속 키우고 싶어했지만 그 남자가 개밥으로 무슨 고기를 줬을지 어떻게 아냐고 나서자 결국 포기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다시 습관처럼 길거리에 버려진 개를 한 마리씩 데려와 키웠고 어느 새 그때처럼 개가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보상금은 얼마 나오지 않았다. 그 남자가 계획적으로 살인마를 탈옥시켜 둘이 도망쳤다는 설이 유력했고 어머니는 어떻게든 남자의 명예를 회복시켜보려 애썼지만 어머니보다 그와 가까웠던 이들이 그는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반박해 굴복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직접 얘기해주진 않았지만 온갖 신문과 잡지와 가쉽거리와 사람들의 눈빛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열기가 더 식기전에 비싼값에 인터뷰를 하라는 벌레같은 기자들의 전화도 하루에 두세 번씩 걸려왔지만 어머니는 대답도 없이 끊었다. 그가 우릴 버렸으니 우리도 한 번쯤 그를 팔아도 괜찮을텐데.  


어머니의 연애는 순탄치않다. 길어야 반년. 반년이면 내 새아버지가 되겠다고 웃으면서 들어왔던 남자들이 짐을 싸 욕을 하며 나갔다. 어머니는 집에 남자가 없으면 내가 그를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이사를 하고 남자들이 집을 들락거려도 그의 존재감은 옅어지지 않는다. 나는 반쯤 미친것처럼 온갖 싸구려 잡지들의 기사들을 스크랩했다. 동유럽 어드메에서 살인마를 찾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기사도 있었고 그의 수법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해됐다는 살인사건 기사도 있었다. 침대밑에 숨겨둔 신문기사는 어느새 한 박스가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으려면 세네 시간은 족히 걸릴 지경이 되었다. 


강박적으로 신문기사를 읽고 남자의 흔적을 쫓는다. 베개밑엔 총을 숨겨놓고, 집을 나설땐 벨트 안쪽으로 칼을 숨긴다. 

나의 연약하고 깊은 의식 어딘가에 언젠가 그가 다시 그의 남자와 함께 우릴 사냥하러 올거라는 예감이 매일 닦는 거울처럼 또렷해져간다. 


남자는 언젠가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내 아버지와 내 아버지의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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