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다. 불을 끈지 한참 지났지만 나는 잠에 들지 못하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 눈을 감고 있었다. 등 뒤에는 그가 있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순식간에 잠들어버리는 카라마츠가, 미동도 없이 조그맣게 색색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다른 형제들도 자고 있을 테지. 나는 혼자 벽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다른 형제들의 눈이 무서워 관심이 있는, 표현이 이상하다. 마음에 있는, 이것도 이상하고. 좀 '다르게 느껴지는' 형제를 마음껏 만지지 못해서 괴롭다는 류의 견디기 힘듬이 아니다. 나는 이불 끝자락을 둘둘 말아 끌어안고 코를 파묻었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다 헤어짐이 아쉽다는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바래다 주는 길엔 발걸음이 느려지고, 떠나기 아쉬워 집 앞 가로등 밑에서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입을 맞춘다는 사람들의 사랑 타령. 나는 오히려 그렇게 헤어짐을 아쉬워 하길 바랬다.


아침 일찍 만나 밤 늦게까지 데이트를 하고도 모잘라 바래다 주고 오는 길엔 외로워 마음이 서늘하고, 밤 늦게까지 보고 싶은 이가 눈 앞에 어른거려 잠들지 못하길 바랬다.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감동받게 해주고 싶어 해 뜨는 줄도 모르게 낯간지러운 시를 써내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아침엔 밤 사이에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두근거리며 반쯤 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바로 옆에 누워, 한평생 들어온 그 숨소리를 들으며 온갖 상념에 빠져 괴로워 하고 있는 것이다. 손 한 번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혹시나 몸이 닿았다간 실수라도 해버릴까 최대한 멀찍이 누워서는 있을 수 없는 상상을 하며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한때는 낯선 곳에서 낯선 너를 만나길 바랬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역시 아무도 모르는 너를 만나 운명처럼 마음을 빼앗기고 싶었다. 네가 너를 만나기 이전까지의 나는 하나도 모른 채로, 나를 그 순간 그 대로 사랑해주길 바랬다. 서로에게 필요한 건 그 마음뿐인 채로 만남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둘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마 전혀 낯선 얼굴의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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