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서운 이야기나 해볼까.”
“안 돼. 그럼 또 토도마츠가 화장실 갈 때 두 명 깨운단 말이야. 나 내일 면접도 있고.”
“그래도 오늘은 왠지 무서운 이야기를 해야 될 분위기잖아? 비도 오고, 달도 없고.”
“…할 얘기 있어?”
“사실 오늘 낮에 이상한 걸 봤는데, 적당한 분위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와 오소마츠 형 진짜 성격나쁘다니까.”
“시끄러.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노비타 기억나? 그 왜, 안경 쓰고 작은 애. 오늘 그 공사하다가 망한 상가 앞쪽을 지나가는데, 걔가 어딜 가는 진 몰라도 엄청 급하게 뛰어 가는 거야.”
“노비타가 아직도 우리 동네 살고 있었어? 못 본 지 꽤 된 것 같은데?”
“그러게? 나는 걔 이사간걸로 알고 있었는데. 걔 중학교도 우리랑 다른 데로 갔잖아.”
“어느 중학교?”
“모르겠는데……. 이 동네 애들은 다 우리 다녔던 학교로 갔던 것 같은데 중학교에서 한 번도 못 봤으니까 막연하게 다른 학교로 갔겠구나 하고 있었지.”
“근데 내가 걔를 어떻게 알아봤는지 궁금하지 않아?”
“노비타처럼 생겨서?”
“아니, 초등학생 때 그대로더라고.”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키도 하나도 안 크고 늙지도 않고 하여간 그대로.”
“에? 그게 말이 돼?”
“영원한 소년이라는 건가……. 그것이 젊음…….”
“카라마츠, 오소마츠 형이 말할 때는 좀 의심도 해보고 그래.”
“카미카쿠시? 노비타 납치당했던 거야?”
“그런 걸지도?”
“오소마츠 형, 적당히 좀 해. 카미카쿠시라니?”
“그치만 진짠걸.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이젠 뽕도 빠냐? 아님 눈뜨고 걸어 다니면서 잤어?!”
“진짜 싫다.”
“그런데 중요한건, 걔가 어딘가를 급하게 뛰어가고 있더라는 거지. 붙잡을 겨를도 없었어.”
“노비타네 친척 아니야?”
“아냐. 딱 보기만 해도 그냥 노비타였어. 게다가 노비타 같이 생긴 애가 지구상에 둘이나 있으면 좀 불쌍하지 않아?”
“우린 여섯 명인데!”
“쥬시마츠 형, 저건 욕하는 거야.”
“아 진짜 헛소리였다. 난 잠이나 잘래.”
“있지, 나도 오늘 무서운 얘기 들었는데.”
.
.
.
.
“자 다음! 무서운 얘기 안 한사람?”
“나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 빨리 하고 끝내…….”
“그냥 화장실 갔다 와.”
“무서워서 안 돼.”
“쥬시마츠랑 갔다 오지?”
“쥬시마츠 형은 문 앞에서 안기다려주고 막 복도 뛰어다닌단 말이야. 그럼 더 무서워.”
“하긴 그건 그래.”
“그럼 이치마츠 차례?”
“솔직히 이치마츠가 사람 팬 얘기만 해도 무서울걸?”
“맞아. 아님 우리 몰래 파묻은 시체얘기.”
“아냐, 난 이치마츠를 믿어.”
“닥쳐. 쿠소마츠.”
“이치마츠, 생각나는 거 있어?”
“…생각나는 얘기라기 보단.”
“?”
“지금 우리 방에서 나는 노크소리, 무섭지 않아?”
“.....”
“.....”
“.....”
“.....”
“.....”
“아, 역시 나만 듣고 있던 게 아니구나.”
“뭐…뭐야. 다들 듣고 있었어?”
“나만 헛소리 듣고 있는 거 아니라 니네 다 듣고 있던 거야?”
“이치마츠가 장난치고 있던 거 아니고?”
“그럴 리가. 천장에서 나는 소린데.”
“아, 역시 천장이었구나. 어쩐지.”
“오소마츠 형이 바닥 두드리는 소리 아니었어?”
“형은 자기도 확인하려고 무서운 얘기 시작한 거잖아. 우리 다섯 명중에 누구라도 먼저 얘기해줬으면 해서.”
“형 나 무서워.......”
똑,
똑똑,
드르륵
똑,
똑.
쿵.
쿵.